인공지능(AI) 기술이 노동의 패러다임을 송두리째 바꾸고 있다. 개인의 역량을 극대화할 기회라는 기대와 업무 대체로 인한 일자리 상실이라는 위기감이 팽팽하게 교차한다.
기술 혁신과 고용 불안의 기로에서 유재연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사회분과장(브루 AI 대표·한양대 특임교수)을 만나 AI 시대의 생존전략을 물었다.
그는 거대한 변화에 맞설 핵심 덕목으로 '기존의 틀을 깨는 상상력'과 '기술을 끊임없이 시도하는 실행력'을 꼽았다.

얼어붙은 채용…AI 노출도 높은 청년층 '직격탄'
국내 고용 시장에서 청년층이 느끼는 체감 온도는 유독 낮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최근 4년간 15~29세 청년층 일자리는 25만5000개 감소했다. 이 중 AI 노출도가 높은 상위 업종에서만 25만1000개가 사라졌다. 청년 일자리 감소분의 대부분이 AI의 직접적인 영향권 아래 있었던 셈이다.
지표도 악화일로다. 올해 3월말 기준 청년층 실업률은 7.4%로 5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대학 현장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유 분과장은 "현장에서 느끼는 취업 문턱은 훨씬 높다"며 "역량이 뛰어난 학생들조차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궁여지책으로 대학원에 진학하는 사례가 꽤 있다"고 전했다.
이러한 현상은 AI 확산과 맞물려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유 분과장은 "한국은 고용 안정성이 높아 기업들이 신규 채용에 부담을 느끼는 게 사실"이라며 "과거에는 새로운 아이디어와 혁신을 위해 신입을 뽑았다면, 이제는 AI가 업무 상당 부분을 자동화할 수 있다는 생각에 기업들이 채용의 문을 닫고 있다"고 분석했다.
세월호의 기억…"디지털 상상력 채웠더라면"
직장인들의 공포도 상당하다. 특히 스스로 판단하고 업무를 수행하는 'AI 에이전트'의 등장은 위기감을 부채질한다. 유 분과장은 이에 대한 해법으로 '디지털 상상력'을 제시했다.
그는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진도 현장을 지켰던 기자 시절의 기억을 떠올렸다. 당시 한 선배가 던진 질문을 잊지 못한다. "아이들이 모두 스마트폰을 들고 있는데, 왜 우리는 대피하라는 메시지 하나 제대로 전하지 못했을까"라는 물음이었다.
유 분과장은 "디지털 상상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며 "세상엔 기술로 풀 수 있는 문제가 산적해 있지만, 상상력이 부족해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고 회고했다. 이 고민은 그를 1년 뒤 AI 연구자의 길로 이끌었다.
상상력만큼 중요한 것은 실행력이다. AI를 도구 삼아 문제 진단부터 피드백까지 빠르게 시뮬레이션하고 실생활에 적용해보는 것이 핵심이다. 그는 "생활 속에서 AI로 무언가를 만들고 피드백을 받아 다시 개선하는 과정을 겪은 사람과 아닌 사람은 분명 다르다"고 조언했다.
특히 프리랜서 창작자들의 변화에 주목했다. "릴스, 숏츠가 대세이다보니 소위 2D 그림을 그리던 작가들이 AI툴로 그림을 영상화하는 작업을 많이 한다"며 "일반 직장인들은 원래 하던 업무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AI를 쓰지만 예술가, 창작자들은 AI를 쓰지 않으면 경쟁력이 크게 벌어지기 때문에 좀 더 고군분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감정노동의 재발견…'사람과 사람'의 가치 상승
역설적이게도 AI 시대에는 '소통'과 '관계'의 가치가 더 높아진다. AI가 결과물을 만들더라도 그 가치를 최종소비자인 인간에게 설득하는 건 결국 사람의 몫이기 때문이다.
그는 "아무리 기술이 발전해도 논리만으로 물건을 파는 건 한계가 있다"며 "사용자를 직접 만나 피드백을 듣고 관계를 맺는 과정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 혼자 만족하는 기술이나 그저 박수를 받기 위한 기술은 의미가 없다"고 했다.
미래 유망 업종으로는 '감정노동의 재평가'를 언급했다. 흔히 콜센터를 AI 대체 1순위로 꼽지만, 챗봇으로 해소되지 않는 답답함을 사람과의 대화로 풀고 싶어 하는 수요는 여전하다는 분석이다. 그는 "사람이 사람을 보살피는 일이 그간 충분한 대우를 받지 못했지만, 나중엔 이런 서비스를 모아 제공하는 시장이 각광받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 분과장은 한국 사회의 고단함 속에 기회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은 전세계 어느 곳보다 빠르게 초고령화와 저출산 등 사회적 문제를 겪고 있지만, 동시에 AI 리터러시와 적응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사회적 난제와 AI 기술력을 잘 결합한다면 새로운 대안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