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이직을 준비하는 윤모(26)씨는 며칠째 온라인 구인·구직 사이트들을 들여다보고 있지만 아직 지원서를 낸 적은 없다. 윤씨는 “설계 직군의 채용 공고를 찾아보고 있는데 지원할 만한 회사가 몇 개 없다”며 “바로 이직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제때 못 할까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내수 침체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정치 불안정 등 대내외적 악재가 잇따르자 취업 시장 역시 얼어붙고 있다. 30일 속보성 지표를 제공하는 통계청 나우캐스트에 따르면 가장 최신 수치인 지난 11일 기준 해당 주간의 온라인 채용 모집인원 수는 1년 전보다 76.8% 감소했다. 해당 통계가 공표된 2021년 1월 9일 이후 최대 감소 폭(주간 기준)이다. 주간 단위 전년 대비 온라인 채용 모집 인원 수는 30.8% 올랐던 지난해 9월 28일 이후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온라인 채용 모집 인원 수는 온라인 채용 사이트에서 기업들이 올린 모집 공고를 기준으로 집계한 모집 인원의 합을 의미한다. 구인·구직 서비스 기업 ‘잡코리아’가 통계청에 관련 데이터를 제공해 만들어진다.
온라인 모집 공고에서 단적으로 나타나듯 전체 고용 시장 지표는 악화일로다. 지난달 15세 이상 취업자 수는 2804만1000명으로 1년 전보다 5만2000명 감소했다. 지난해 전체 취업자 증가 폭도 15만9000명으로 전년(32만7000명)에 비하면 반토막이 났다. 정부는 올해 고용 전망은 더욱 좋지 않을 것으로 추산했다. 지난 2일 발표된 ‘2025년 경제정책방향’에 따르면 올해 취업자 증가 폭은 지난해 전망 때(17만명)보다 낮은 12만명으로 예상됐다.
대내외적 불확실성에 기업들의 투자 심리가 위축되면서 고용 시장에도 냉기가 도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지난달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불확실성이 더욱 커지면서 올해 경영 계획 역시 보수적으로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행에서 실시한 기업경기조사에 따르면 이번 달 전산업 기업심리지수 전망치는 82.4로 1년 전보다 7.5% 떨어졌다. 제조업과 중소기업도 각각 85.2, 84.6으로 6.9%, 6.1% 하락했다. 대기업들 전망(87.1)도 5.8% 내렸다. 수치가 100 이하면 경기를 부정적으로 보는 기업 수가 긍정적으로 보는 곳보다 많다는 의미다.
고용 감소는 다시 내수 악화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종선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는 “12·3 비상계엄 사태 여파로 자영업은 물론 대기업, 중소기업까지도 타격을 받으면서 투자와 고용이 위축될 것”이라며 “대내외적인 불안정이 지속하는 상황에서 정치 문제라도 빨리 진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김윤 기자 kyoon@kmib.co.kr
[출처] - 국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