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에서 잘 고른 말이 기수의 승패를 좌우하듯 직업을 선택할 때에도 사양산업과 성장산업을 구별해내는 안목이 필요합니다. 고령화와 헬스케어 트렌드에 따라 바이오는 향후 성장 가능성이 높은 유망 산업입니다."
배경은 사노피-아벤티스코리아 대표는 최근 이화여대에서 열린 매경CEO 특강에서 바이오 산업의 현재와 미래 전망을 주제로 강연했다.
배 대표는 서울대 약학대학을 졸업한 후 1994년 한국노바티스에 입사했다. 이후 항암·피부·내분비질환과 호흡기질환 사업부 총괄, 글로벌 본사 프로덕트 디렉터 등 다양한 보직을 거치며 전문성과 경력을 쌓았다. 2010년 사노피그룹의 희귀질환 사업부인 젠자임코리아 대표직을 맡게 됐고 2013년부터는 사노피-아벤티스코리아 대표이사를 맡아 10년 이상 기업을 이끌고 있다.
강연을 시작하며 배 대표는 바이오 산업이 고령화라는 메가 트렌드에 부합하는 성장 산업임을 강조했다. 인구 고령화에 따른 만성질환과 암 발생 증가가 성장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배 대표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헬스케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도 바이오산업의 성장 동인"이라고 말했다.
최근 바이오 산업의 핵심 키워드는 디지털 테라퓨틱스(Digital Therapeutics)다. 디지털 테라퓨틱스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환자를 치료하고 건강을 증진하는 방식으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가상현실, 비디오게임 등 다양한 수단을 활용해 질병을 치료한다. ADHD를 치료하는 비디오게임이나 수면 장애를 개선하는 애플리케이션이 대표적 사례다. 배 대표는 "앞으로는 개인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통합적 치료가 더욱 주목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바이오 산업은 성장 가능성이 높은 매력적인 분야이지만 신약 개발에 많은 시간과 막대한 비용이 요구되는 하이 리스크(High-Risk) 산업이기도 하다. 신약 하나를 개발하는 데 최대 15년의 시간이 소요되고 평균 2조원에 달하는 자금이 필요하다. 이러한 이유로 글로벌 제약업계에서는 인수·합병(M&A)이 자주 이뤄진다. 배 대표는 "사노피 또한 여러 대형 제약사들의 합병을 통해 탄생했으며 이는 막대한 자본이 요구되는 바이오 산업 특성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사노피는 프랑스 파리에 본사를 둔 글로벌 제약사로 70개국에 진출해 있다. 연간 매출액은 약 60조원에 달한다. 최근에는 AI 기술을 밸류체인 전반에 접목해 신약 개발과 제조 공정, 영업 및 마케팅 등 모든 과정의 효율성을 극대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배 대표가 이끄는 사노피-아벤티스코리아는 국내 바이오 산업 발전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2012년 서울대병원, 삼성서울병원 등과 함께 '프리미어 네트워크'를 구축해 신약 임상 연구 협력체계를 마련했으며 SK바이오사이언스, 한독약품 등 국내 기업과의 공동 개발과 기술 이전을 통해 글로벌 시장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사회 진출을 앞둔 대학생들에게 배 대표는 "당장 눈앞의 연봉보다 배울 수 있는 환경에서 커리어를 쌓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기회는 사람을 통해 온다"며 인간 관계와 신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배 대표는 "2010년 사노피그룹 희귀질환 사업부 '젠자임코리아' 대표로 선임된 배경에는 전 직장 동료의 추천이 있었다"며 "조직 생활을 해나감에 있어 단기적 이해득실을 따지지 말고 장기적 관점에서 커리어를 브랜딩하고 자신의 가치를 높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혜순 기자 / 박세윤 인턴기자]